더불어민주당 하남시 국회의원 최종윤입니다.

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 불출마하기로 했습니다. 곧 있을 총선의 사명과 부족한 제게 큰 책임을 맡기신 하남시민에 대한 도리를 두고 고심을 거듭한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우리 정치는 당파성을 명분으로 증오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죽이는 정치’, ‘보복의 정치’라는 표현이 과장된 비유가 아닙니다. 제가 국회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바도 다르지 않습니다. 정치에서 말이 대화와 타협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상대방을 공격하고 헐뜯는 무기가 된 지 오래입니다.

정치가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장하고 있습니다. 정치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했고, 민주주의는 길을 잃었습니다. 민의의 전당이어야 할 국회 본회의장은 여과 없이 분출되는 야유와 비난의 장이 되었고, 저는 이 풍경이 가리키는 현실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민주주의가 아니다.’ 우리는 누가 더 상대방에 대한 증오를 효과적으로 생산하는지 경쟁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누구라도 그 경쟁의 복판에서 자유롭기 어려웠고,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장기적 정책과제는 표류했습니다. 당장 내일 상대방이 가장 아플 말을 찾는 것이 우선과제였습니다.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디지털 전환,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국민연금 개혁, 젠더갈등 등 우리 사회의 미래를 결정할 과제들은 공허한 구호로만 맴돌았습니다. 인구위기 대응에 소명을 갖고 임했지만, 소모적 회의만 거듭할 뿐이었습니다.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좌절감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최근 양당에서 발표한 저출산 대응 공약이 선거 후에도 진지하게 다뤄지길 바랍니다.

국민의 삶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국회의원으로서 보통의 사람들 먹고사는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 소수자들에게 힘이 되는 정치를 꿈꿨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니 제가 서있는 곳에서 더 큰 분열과 반목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말로 칼을 빚어 정치적 상대방을 공격하고, 공격받은 당사자는 더 크게 되돌려 주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이 못난 정치 앞에서 다수 국민은 질책마저 놓아버린 것 같습니다. 그저 조용하게, 앞으로도 정치가 달라지지 않을 거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깊은 탄식과 체념, 절망 앞에 답을 드리는 것이 우리 정치가 존속할 기반이고, 총선의 사명입니다. 

저는 답이 준비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돌아보고 자문하면서 정치개혁과 민생의 문제에 역량이 부족했음을 많이 깨달았습니다. 눈앞에 마주한 정치현실을 뚫고나갈 결기도 부족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멈추는 것이 정치인으로서 책임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 복원의 길을 제가 비켜서는 것으로 내겠습니다. 분풀이가 아닌 이성으로 하는 대화, 당파적 투쟁에 앞서 민생을 위한 인내, 타협으로 만드는 사회적 합의에 앞장설 분이 저의 빈자리를 채웠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런 인재를 민주당에서 발굴할 것으로 믿습니다.

이런 저의 고민과 결정을 충분히 상의드리지 못했습니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같이 걸어온 동료들께 양해를 구합니다. 국회의원으로서 정치는 멈추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연대하고 함께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다가올 총선은 평범한 다수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기회입니다. 대통령 측근에게만 구부러지는 법의 잣대를 바르게 세울 계기입니다. ‘검사의 나라’를 ‘국민의 나라‘로 돌려놓을 준엄한 명령이 될 수도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사랑하는 하남시민 여러분께 깊은 감사와 송구한 마음을 전합니다. 4년 전 총선에서도, 또 지난 임기 동안에도 정말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당적이 달라도, 당적과 상관없이 도와주신 분들도 많습니다. 한분 한분이 소중하고 든든했습니다. 부족했던 부분은 너그럽게 봐주시고, 하남을 위해 일할 새로운 인물에게 힘을 보태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남은 임기는 하남과 대한민국을 위해 미처 못다 한 일을 마무리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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