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민규
추민규

이미 많은 언론에서 다루었던 대입 개편안이 조만간 공청회를 거쳐 연말 중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논란의 불씨도 남아 있다. 제대로 된 교육 당국의 발표가 아닌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반복될 시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도 걱정해야 한다. 어차피 지금의 교육 당국은 ‘모 아니면 도’의 형국이라 하겠다. 

2028 대입 개편 시안이 화제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솔직히 교육계, 학부모 연합 등 각계의 의견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는 모르나 ‘수능과 내신’ 상대평가라는 지금 입시의 큰 틀을 바꾸기에는 힘들지 않을까 필자는 생각한다. 이에 대한, 생각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았다.

◾ 대입 개편 시안과 의대 증원, 그리고 자사고 선택

고교 선택을 고민하는 이유 중 대부분은 대입에서의 유불리라 하겠다. 혹여나 하는 기대감으로 자사고 열풍이 현실로 와닿으면서 사교육 입시기관들의 예측도 이와 맞닿아 있어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고교 내신 5등급 체제 변화는 그동안 내신 경쟁에서 불리했던 자사고 학생들에게 내신 성적 부담을 덜어주는 측면이 있어 눈여겨봐야 한다. 더욱이 수능 중심 정시 비중 40% 유지 방침(주: 최근 보도들을 보면 대학별로 유연하게 적용될 가능성도 보인다.)은 여전히 ‘정시 올인’이 가능하다는 사인을 시장에 던져주는 등 논란도 깊다.

고교 선택과 관련해서 필자가 보는 시각에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한다. 이는 ‘올해 수능’이다. 전국 단위 수험생에게는 분명 변별력 있는 수능일 것이나, 최상위권 사이의 변별이 어느 정도일까는 주요 관심사다. 주로 의학 계열을 지망하는 최상위권 수험생들 간의 수능 변별력이 낮아진다면 의대 정시를 주력으로 하는 일부 자사고 열풍도 다소 가라앉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다. 

분명 고득점 동점자가 증가해 의대 정시를 뚫기가 불확실해진다면, 의대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 입장으로는 수시와 정시를 동시에 노려야 하는 상황이므로 일반고가 유효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게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의대 대폭 증원 방침’에 관한 뉴스는 특목·자사고 진학 바람에 본의 아니게 세를 더하는 결과로 보여 안타깝다. 참고로 의대 증원은 대입 개편안과 무관하니 주의하자. 의대 증원 규모와 발표 시기는 의사협회 등 의료계와 협의 중이지만 기본적으로 점차 확대하는 것으로 예측된다. 당사자 간의 명분도 살려 줘야 하고, 일방적으로 한쪽의 편을 들어줄 수도 없는 형국이다. 즉 내년 총선의 영향도 한몫하는 모양새다. 

수도권 의대보다는 지역을 거점으로 한 소규모 의대 중심으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안이 좋다고 볼 수 있는데, 지역 학생을 위한 대안도 마련해야 하는 등 논란도 장기화될 듯 싶다. 그냥 기존처럼 의대 전문대학원을 확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전문가다운 전문가가  윤 정부엔 없다는 것도 걱정이다. 뭐가 중한디? 이런 어처구니없는 발표만 하고 있으니 설상가상 형국이라 하겠다. 결론적으로 보면, 의대 모집 정원 확대가 고교 선택 또는 대입과 관련하여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하겠으나, 여전히 교육전문가로서 걱정아닌 걱정에 마음이 착잡할 뿐이다. 

◾ 고교학점제와 고교 내신 5등급제, 일반고 vs 자사고 선택

내신 상대평가 9등급제에서 내신 상대평가 5등급제로의 전환은 여러 가지 해석을 낳고 있다. 절대평가를 병기하지만, 아무래도 상대평가에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는 내신 등급의 범위가 넓어져서 예전 내신 2등급 학생은 거의 1등급이 되고, 예전 3등급 전부와 4등급 일부까지도 2등급이 된다. 서울 소재 11개 상위권 대학 기준(2024 대입 정원 내 기준)으로 수시 교과 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이하 종합전형) 등의 모집인원을 합하면 약 15,000명 내외가 된다. 대학에서는 매년 학생부 관련 수시 입학 결과를 발표하고 있는데, 상위 11개 대학 기준으로 살펴보면, 종합전형에서의 예외적인 결과는 종종 발생하나, 상위권 대학의 대부분은 현 내신 1등급에서 2등급 초중반까지의 학생들이 대거 합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지금 결과에 미루어 ‘바뀐 내신’으로 치환해서 판단한다면, 1등급 대 학생들이 유리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전반적으로 내신이 완화된 것은 맞다고 할 수 있으나, 수시전형에서의 내신 1등급은 여전히 수험생들에게 강박으로 작용할 것이 뻔하니 걱정도 앞선다. 따라서 대입 수시전형을 염두에 둔 수험생들이 자사고 등을 지원하는 경우는 진학 후 내신 관리에 어느 정도 자신 있는가도 꼼꼼히 따져보면서 지원 선택해야 한다. 가령 고교 내신 5등급 체제하에서 내신 1.0등급 또는 1등급 극 초반대 일반고 수험생과 자사고 2등급 대 수험생이 경쟁했을 때, 수시 경쟁력 면에서 어떨 것인지도 고려해야 하니 참고하자. 또한, 동일한 등급 대 수험생이 경쟁하는 경우는, 자사고에 비해 수시 경쟁력이 뒤처지지 않는 일반고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물론 내신 산출 방식은 대학마다 다를 수 있고, 종합전형과 교과전형의 결합형, 수능최저학력기준 적용 등 대학별로 다양한 전형이 나오면 변수가 많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학별로 구체적인 전형이 나오기 전까지는 수년이 걸리므로 당분간은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으니 유불리를 따져서 선택해야 하는 셈이다. 

더구나 ‘심화 교과 선택과목’ 들이 자사고에 더 많이 개설돼 있어 대입에 유리할 것으로 속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심화 교과 선택과목(주: 2022 개정 교과에서 주로 진로. 융합선택. 전문교과 등)은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일반고에서도 활발히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아는 도농복합 지역에서는 이미 현 고2부터 고급 생명과학, 고급 화학, 화학 실험 등의 교과 과목들이 온라인 공동 교육과정에 개설돼 학생들이 이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선택과목으로 일반고, 자사고 등을 구분하는 시대는 거의 지났다고 생각하면 쉽다. 

다만 눈여겨봐야 하는 내용은 수험생 학부모들이 자주 지적하는 바에 따르면, 자사고에 비해 일반고는 학생들의 활동이나 의견 등이 학생부에 훨씬 덜 반영된다고 한다. 이런 이유 등으로 일반고 학생부 내용이 자사고에 비해 빈약해진다고 믿는 경우가 많은데 솔직히 오해의 부분이다. 일반고 학생부의 내용이 자사고 학생부보다 훨씬 내용이 충실한 경우도 필자가 직접 확인했으며, 학생부 내용이야 철저히 개별화된 것이므로 일반화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알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실상이 어떻든 학부모들 상당수가 그렇게 믿고 있다면 일반고와 자사고 학생부 내용의 차이부터, 학생의 활동이나 의견이 학생부에 반영되는 것에 실제로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를 교육 당국이 책임지고 철저한 조사와 함께 국감에서도 다루어야 했는데 늦은 아쉬움이 있다. 쉽게 말해서 그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편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욕과 교육전문가가 없다는 것이 문제점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추후 이러한 교육 민원이 없도록 교육 당국이 세밀히 조사해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막연한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것도 바람직한 모습이 아닌가 싶다.  

◾ 미완성인 대입 개편안과 고교 선택이 갖는 의미

누구나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대입 개편 시안은 말 그대로 ‘시안’이라서 여전히 미완성이라는 사실이다. 교육계, 학계에서도 수능 과목의 출제 범위 또는 상대평가, 절대평가 방식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당장 고교 선택을 앞둔 중등 수험생들과 학부모의 입장은 일련의 입시변화들에 난감해하고 있으나, 여전히 본인의 몫이다. 하지만 확정 시한은 정해져 있으므로 12월 초순 중에는 정확한 발표가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 올해 수능의 변별력 여부와 더불어 그간 대학 입학처나 입학사정관 중 많은 이들이 문제를 지적한 고교정보 블라인드(서류 심사 단계)의 개선 여부, 학생부 평가 요소 축소에 따른 쟁점들, 자기소개서의 부활 여부 등도 고교 선택에서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하자. 끝으로 교육 당국은 수험생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숙고하고, 사교육의 문호 개방이 아니라, 공교육의 활성화에 큰 보탬을 주는 올바른 대입 개편안을 발표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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