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경찰서 경무과 경무계 순경 허채윤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구현을 위한 4대악 척결, 그 중심에 학교폭력이 있다. 지난 4월 22일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서 발표한 ‘2012년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결과에 의하면 학교폭력을 당한 뒤 자살을 생각한 경우가 거의 45%에 달한다. 이는 학교폭력이 아이들의 단순한 장난이나 일시적 일탈로 치부될 사안이 아닌 중대 범죄라는 반증이다.

2011년 12월에 대구 중학생 A군이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이후 정부의 ‘학교폭력 종합대책’이 수립되고, 경찰 등 유관기관에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 예방을 위해 힘쓰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 또다시 학교폭력에 지속적으로 시달리던 경북 경산의 고등학생 B군이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하는 가슴 아픈 일이 벌어졌다.

B군이 유서에서 말하고자 했던 것처럼 학교폭력의 대다수는 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지내는 교실, 복도, 화장실 등 학내에서 경찰이나 선생님들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일어나고 있다. 경찰이나 선생님들이 학생들 사이에 일어나는 일을 모두 알기는 어려운 일이다. 반대로 학생들은 그들 사이에 일어나는 일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다. 즉, 또래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학교폭력 예방의 최선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학교폭력을 목격한 학생 중 45%가 “말리지 않고 못 본 척 했다” 고 답했으며, 그 이유에 대해서 대부분 “나도 당할까봐(31%)”, “관심이 없어서(27%)”, “도와줘도 소용없을 것 같아서(24%)”라고 답했다.

누구보다 학교폭력을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학교폭력에 대해 ‘방관’하고 있는 것이다. 그 밑바탕에는 ‘두려움’과 ‘무관심’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즉,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학생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공포와 무관심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노르웨이의 심리학자 ‘댄 올베우스’는 1982년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주변 학생들과 피해학생이 가해학생을 행해 팔을 뻗으며“괴롭힘 멈춰(Stop Bullying)”라고 단호하게 소리치는 동시에 교사에게 이를 알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의 '괴롭힘 근절 선포(Manifesto Against Bullying)'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2년 사이 학교폭력이 절반으로 감소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제 아무리 힘이 센 학생이라도 대다수의 학생들이 단호하게 제지하는 상황에서 함부로 폭력을 휘두를 수는 없을 것이다.

나아가 아이들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익명이 보장되는 ‘익명 모바일 메신져’를 활용하여 학생-교사 간 자유로운 소통을 이끌어 낸다면 학교폭력을 획기적으로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충북의 한 고등학교에서 700여명의 학생이 참여한 가운데 2달간 익명 메신저를 활용하여 소통한 결과 학교폭력 29건, 흡연․음주․절도 37건 등 총 155건의 메시지를 남겨 문제를 파악하고 예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즉, 두려움을 깨트려 침묵하는 다수의 아이들을 깨워 입을 열게 하면 그 어떤 방법보다 효과적으로 학교폭력을 방지 할 수 있다.

학교폭력은 피해학생에게 평생 깊은 상처를 주고, 극단적인 경우 목숨까지 앗아가는 위험한 범죄이다. 뿐만 아니라 올베우스 박사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가해학생의 69%가 24세 이전에 전과 1범이 되었으면, 35~40%는 24세 이전에 전과 3범이 됐다고 한다. 즉 학교폭력 예방은 피해 학생들을 고통에서 구제하는 것 뿐 아니라 사회의 안녕과 직결되어 있다. 우리 사회가 안전하고 행복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학생, 부모, 교사, 경찰 등 모두가 온 관심과 힘을 모아 우리 아이들을 학교폭력으로부터 지켜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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