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이 주룩주룩 장맛비가 내릴때면 생각나는 음식 하나가 있다. 그 이름도 요상한 바로 '칼제비'다.

칼국수도 아니고 그렇다고 수제비도 아닌, 그저 반반씩 우겨 넣고 만들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칼제비'를 하남시 인근 팔당대교 부근에 가면 맛볼 수 있다.

미사리 카페촌에서 광주 퇴촌 방향으로 강바람을 맞으며 달리다 보면 창모루 마을 입구에 보이는 '창모루 칼제비집'.

인근 서울 지역까지 흘러간 입소문 탓에 낮이건 밤이건, 새벽이건 앉을 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일반 칼국수나 수제비와 그 맛을 비교한다면 섭섭할 정도. 한번 맛보면 서울 외곽까지 찾아와 1인분에 5천원짜리 칼제비를 먹었다는 기분에 오히려 '돈좀 벌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우선 4명이 가면 3인분만 시켜도 충분할 터. 칼제비를 주문하면 단출하다 못해 초라해 보이는 반찬 2개가 밥상 위에 차려진다. 그렇다고 초라한 반찬 2개를 우습게 보면 안된다. 총각김치와 배추 겉절이만으로도 상다리 휘어지는 전라도 밥상이 안부러울 것이다. 그만큼 깔끔하고 정갈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짜잔'. 드디어 양은냄비에 살짝 끓여서 나온 칼제비가 식탁 버너 위에 올려진다. 싱싱한 새우와 미더덕, 조개 등 각종 해산물로 칼칼한 국물 맛을 냈다. 이쯤되면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일 만하지만 아직 면이 덜 익었기 때문에 5분 정도는 더 기다려야 한다.

여기에 십여년은 더 돼 보이는 찌그러진 양은냄비가 '보글 보글' 끓기 시작하면 파와 유부, 김가루 등 각종 양념으로 버무려진 '고명'을 듬뿍 넣어주면 비로소 그 맛있다는 '창모루 칼제비'가 완성된다. 부드러운 면발에 탱탱한 느낌까지. 너무 맵지도 않아 목구멍에 '후루룩' 부드럽게 넘어가는 그 맛이 정말 일품이다.

칼제비를 다 비웠다고 그냥 집에 가서도 안된다. 남은 국물에 참기름을 넣어 볶아주는 볶음밥까지 맛을 봐야 이날의 맛 기행을 마칠 수 있다.

주소:하남시 창우동 4의9 (031)792-4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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