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 묻혀야 한다면 그 진실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있어야 한다.
진실은 공명·공평·정대해야 하며 그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우리 사회에는 없기 때문이다.

공명, 공평하고 정의로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사람이 먼저다'라는 말은 우리에게그래서 더욱 익숙하게 다가왔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공평과 정의를 생각하는... 평등하고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꿈꾸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말이기도 하다.
 
두서없이 이런 단상을 왜 하필 거론하느냐는 의구심이 들겠지만 굳이 이 말이 떠오르는  요즘이다. ‘공평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세상’은 보편적이어야 한다. 보편성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기회가 주어지고 납득할 만한 결과를 보여주어야 한다. 특혜가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면 수긍하고 인정한다.
 
최근 하남시에 작은(?) 파장을 몰고 온 일용직 채용(산림감시원) 문제는 특혜가 논란이 됐다.  이를 두고 말이 많다. 누가 개입했느니... 누구는 누구의 누구이니... 하는 이런 말들이 들릴 때 마다 우리가 바라는 공평하고 공정한 세상은 멀기만 하다는 착잡한 심정을 누를 길이 없다.
 
이를 바라보는 이들의 반응이 제각기 다른 것을 보면 진실은 점점 가려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진실은 명대하다. 몇 명 중 몇 명이 채용되고, 그중 몇 명이 청탁에 의해 채용됐다는 것. 한 청년이 진실을 위해 고뇌와 번민을 겪으며 공평한 세상을 위한 올바른 목소리를 냈다는 것이다. 시는 이들의 채용을 취소하고 후속 조치를 취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에 들어갔다. 이제 결과를 지켜 볼 일이다.
 
그런데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행태가 더 재미있다.  수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으며 또 자신의 불이익을 감수하며 조직의 불합리함을 제 살 깎아내듯 토해 낸 직원의 목소리와 조직의 공평함을 바라는 정의와 진실은 묻혀 가고, 우리가 늘 주기적으로 명절 돌아오면 접할 수 있는 귀향꾼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흡사 먹이를 찾은 늑대 같다.
때로는 무리로, 때로는 홀로 내가 먼저 봤다는 듯 자신의 평소 철학을 거침없이 누구보다 크게 울부짖는다. 목소리 큰 이가 누군지 가려달라는 듯하다.
 
먹잇감은 정해 졌다. 앞다리냐 뒷다리냐 물어뜯는 재주를 부리기만 하면 된다. 이것이 지금의 본질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사건을 좀 더 면밀히 봐야 한다. 늑대들 빼고 적어도 우리는...

첫째. 산림감시원 채용에서의 특혜라는 것은 더 이상 거론하지 말자.

둘째, 우리가 흔히 말하는 관변단체의 존재와 역할이다. 감투 하나씩 쓴 이들은 지방선거 때면 그 존재감을 드러내며 세 과시에 여념이 없다. 지역사회의 발전과 화합, 봉사활동은 그저 허울 좋은 명분에 불과하다. 이권은 물론 공공기관의 인사와 조직 관리도 도와주는 능력을 발휘한다. 셀 수 없이 많은 이들 단체의 회장님을 기억하는 수고를 공무원들은 업무에 포함시켜야 할 정도다. 직업군화 된 이들은 시의 불용예산을 줄여 주는 재정건전화에 기여하며 실업률도 낮춰(?) 준다. 이러한 공신들의 산림감시원 채용 개입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그렇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다.

셋째, 하남시청 조직 내의 업무 추진체계다. 이번 산림감시원 채용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은 팀 내에서 제일 하위직급이다. 통상 채용과 관련된 중차대한 업무는 팀장이나 바로 밑의 직원이 담당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책임지기 싫은 업무는 한 단계씩 밑으로 내려오고 더 내려 갈 곳이 없는 막내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업무를 떠맡은 것은 아닐까?

지방행정의 꽃은 사무관(과장)이라는 말은 예전부터 들어 왔다. 그러면 그 꽃은 피워 주는 줄기는 팀장들이 맡아야 할 텐데 어딘가 균형 잡히지 않은 불안정이 느껴진다. 똑같은 기회를 주는 공정함이 발휘된 걸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생각을 열거할수록, 선의를 말한 직원의 용기와 진실, 그리고 그의 용기가 묻혀 가고 때 입혀지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정치의 싸움 논리가 아닌 그의 진실만은 지켜지고 공평하고 바른 세상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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